기금형 퇴직연금 '영리활동 허용' 논란…이해상충과 OCIO 시장의 미래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가 설립하는 수탁법인에 직접 자산운용 등의 영리활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핵심 내용과 함께 영리활동 허용이 가져올 파장, 그리고 업계가 우려하는 '이해상충'의 실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도입 배경과 3가지 유형
기금형 퇴직연금은 개인이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수탁법인'에 운용을 위탁하는 제도입니다.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노후 자금을 보장하기 위해 노사정 태스크포스(TF)를 거쳐 추진되었습니다.
올해 초 노사정 합의에 따라 설립될 수탁법인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됩니다.
금융기관 개방형: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민간 금융회사가 별도의 수탁법인을 세워 적립금을 기금화하는 방식
연합형: 복수의 기업이 공동으로 하나의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방식
공공기관 개방형: 공공기관이 주도하여 중소기업 등의 퇴직연금을 통합 운용하는 방식
2. 쟁점: 금융기관 수탁법인의 '영리활동 허용'
현재 노사정 TF에서 가장 뜨겁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금융기관 개방형 수탁법인에 '직접 운용 등 영리활동'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입니다.
연합형과 공공기관형은 공익성을 띤 비영리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정부는 민간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 금융기관형에 한해 영리활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의견
"해외 주요국에서도 금융기관 개방형 수탁법인의 영리활동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계열사 간 거래 규제 등 안전장치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3. 금투업계가 우려하는 3가지 핵심 문제점
자산운용업계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수탁법인의 영리활동 허용이 기금형 퇴직연금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① 심각한 이해상충 및 독립성 훼손
수탁법인은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여러 금융사의 상품을 객관적으로 비교·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특정 금융그룹이 설립한 수탁법인이 직접 운용까지 맡게 되면, 수익률과 관계없이 자사 계열사의 금융상품을 몰아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결국 경쟁을 통한 수익률 제고라는 기금형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듭니다.
② OCIO 시장 위축 우려
현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약 142조 원에 달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이 거대한 자금이 자산위탁운용관리(OCIO) 방식으로 운용되면서 시장이 대폭 커질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수탁법인이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자금을 굴리게 되면, 전문 운용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③ 인프라 비용의 고객 전가
수탁법인이 직접 영리활동(자산운용 등)을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초기 비용과 운영비가 수수료 인상 등의 형태로 결국 최종 가입자(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4.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정부는 현재 금융투자업계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노사정 TF의 세부 조율을 거쳐 오는 7월 중 기금형 퇴직연금의 최종 세부 운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142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를 바꿀 이번 제도가 '수익률 극대화'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대형 금융그룹의 또 다른 수익 모델로 전락할지는 정부가 내놓을 '이해상충 방지책'의 실효성에 달려 있습니다.